Experimental Artworks to Visualize Uncanny (1~7 series)
본 작업은 실존주의적 관점에서의 ‘불안’을 정신분석학의 ‘언캐니’ 개념에서 기인한 것으로 이해하고 이를 시각적 형태로 구현하기 위해 진행된 실험적 작품연구이다. 사실적이고 익숙하지만 들여다볼수록 어딘가 미끄러지는 이미지. 묘하게 논리를 비껴가며 생각의 흐름을 비트는 방식으로 관람자의 의식을 느슨하게 만들고자 하였다.
This work is an experimental study conducted to understand 'Anxiety' from an existentialist point of view as originating from the concept of 'Uncanny' in psychoanalysis and to implement it in a visual form. It is realistic and familiar, but the more you look into it, the more it slides somewhere. I tried to loosen the consciousness of the viewers by twisting the flow of thoughts by strangely deviating from the logic.
언캐니라는 모호한 개념을 이미지에 담아내기 위해, 나는 ‘우연’을 통한 놀이의 형태로 작업에 접근했다. 음악을 통해 의식을 느슨하게 만든 후,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들의 자의적인 연쇄와 결합에 의해 내 무의식이 이미지로 말해질 수 있도록 연출하였다.
In order to capture the ambiguous concept of Uncanny in the image, I approached the work in the form of play through 'accidental'. After loosening my consciousness through music, I directed my unconsciousness to be expressed as an image by an arbitrary chain and combination of images that come to mind intuitively.
우리는 완전한 낯섦에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어떤 낯섦에서 익숙함이 모습을 드러낼 때, 우리는 그 모순된 공존에 기이한 섬뜩함을 느낀다. 그 불편한 정서를 프로이트는 언캐니uncanny라고 불렀다. 언캐니의 어원은 독일어 heimlich(편안한, 익숙한/ 숨겨진, 은폐된)에 반대를 나타내는 접두어 un을 붙인 unheimlich(낯선, 두려운, 불편한)이다. 프로이트는 접두어 un이 억압을 나타내며, 그 접두어가 das heimische(한때 고향이었던 것, 오래전에 낯익었던 것)를 억압하는 것으로 설명하면서 낯익은 것이 낯설어지는 언캐니의 본질적인 요소를 unheimlich에서 찾아낸다. 그 접두어로 인해 두 상반된 개념은 경계를 잃은 채 한 단어 안에 공존하게 되고, 언캐니의 모순을 담은 이중성은 더욱 확고해지는 듯하다. 낯익음과 낯섦의 공존. 무의식으로 억압되고 은폐된 것들이 어떤 자극을 통해 의식으로 회귀했을 때 일으켜지는 정서. 그래서 그것은 낯설고 동시에 낯익다.
먼저, 내 주관적 감각을 기준으로 상징계의 질서를 느슨하게 풀어주는 환각적이고 몽환적인 음악 7곡을 선정했다.
Ólafur Arnalds - Only The Winds
Jónsi & Alex - Stokkseyri
Rhye - Please
Sylvain Chauveau - Pauvre Simon
James Blake - The Wilhelm Scream
Air - Alone In Kyoto
Ryuichi Sakamoto - Merry Christmas Mr. Lawrence
음악에 몰입한 후 연상되는 단어들을 나열했다. 그 단어들은 곧이어 다음 단어를 불러일으켰다. 나는 단어들이 환유를 통해 자의적으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음악에 몰입된 상태를 유지하려 노력했고, 그렇게 느슨해진 이성으로 우연의 행적을 관조하며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 후, 단어가 의미를 비워낼 수 있도록 단어가 맺어 온 기존의 관계를 지우고, 단어 간의 위계를 없앴다. 기표만 남은 단어들은 우연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고 다시 의미를 생성했다.
이 과정에서 건드려지는 나의 주관적 정서를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시각화했다. 그리고 그 이미지에서 연상되는 이야기를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동영상은 일정한 틀과 질서를 부여받은 후, 다시 한번 우연 속으로 내던져졌다.
질서와 우연의 만남은 거울에 의해 천변만화하는 만화경처럼 몽환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 만화경 이미지는 왜곡된 형상으로 일그러지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거울단계 이전의 ‘조각난 몸의 환상’을 파편화된 이미지의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재현한다. 다른 6개의 작업도 동일한 방법으로 진행되었고, 그렇게 제작된 총 7편의 동영상은 전시를 위한 각색 과정을 거쳐 최종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참고문헌
(국문서)
자크 라캉(Jacques Lacan)·김석. 『에크리:라캉으로 이끄는 마법의 문자들』. e시대의 절대사상, 029. 파주: 살림. 2007.
김춘경 공저. 『상담학 사전』. 서울: 학지사. 2016.
박찬국.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파주: 21세기북스. 2017.
(번역서)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일반언어학 강의』. 샤를 바이·알베르 세슈에 편. 최승언 역. 서울: 민음사. 2013.
피오나 브래들리(Fiona Bradley). 『초현실주의』. 김금미 역. 파주: 열화당. 2003.
핼 포스터(Hal Foster). 『강박적 아름다움』. 조주연 역. 파주: 아트북스. 2018.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Hans Georg Gadamer). 『진리와 방법1: 철학적 해석학의 기본 특징들』. 이길우·이선관·임호일·한동원 역. 파주: 문학동네. 2012.
자크 라캉(Jacques Lacan). 『자크 라캉 세미나 11: 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 개념』. 자크-알랭 밀레 편. 맹정현·이수련 역. 서울: 새물결. 2008.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밝은 방: 사진에 관한 노트』. 김웅권 역. 서울: 동문선. 2006.
테오도르 압트(Theodor Abt). 『융 심리학적 그림해석』. 이유경 역. 서울: 분석심리학연구소. 2008.
(강의)
백상현. “라깡의 정치학 3강: 무의식은 존재가 아닌 윤리적 위상을 갖는다” (한국라깡칼리지. 2018.)
백상현. “라깡의 정치학 6강: 시선의 정치학” (한국라깡칼리지. 2018. 1 .5.)
자크-알랭 밀레(Jacques-Alain Miller)·백상현. “라깡의 임상이론에 관하여: 자크-알랭 밀레의 강의록을 소개하며… 10강_1, 2” (한국라깡칼리지, 2019. 1. 24 ~ 2. 14.)
백상현. “『라깡의 루브르』저자 특강” (한국라깡칼리지, 2019. 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