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작업의 이유나 의도는 생각하지 않았다. 당시의 감정에 집중하고, 직관적으로 형상을 그리고 이미지를 만들었다. 언어가 담아내지 못하는 것, 혹은 언어로 쓰이지 못하고 의식에 의해 뭉뚱그려진 것들이 모호함을 보존한 채 작업에 담기기를 바랐다. 말하고 싶은 것을 모른 채, 말해지기를 바랐다.

라깡에 의하면 우리는 생후 6-18개월쯤 거울단계를 거치며 자아를 형성한다. 본인의 뜻대로 몸을 완전하게 통제할 수 없는 아기는 자신의 몸을 파편화된 형태로 느낌으로써 ‘조각난 몸의 환상’을 가지게 된다. 하나로 통합된 어머니의 완전한 몸과 달리 불완전하게 조각난 자기 몸의 이미지는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아기에게 큰 위협으로 여겨졌다. 불안해하던 아기는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자신의 총체적인 이미지를 발견하게 되고, 그 이미지에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비로소 그 긴장을 해소하게 된다. 다만, 그 거울 이미지가 자신이라고 오인하게 되는 지점에서 실제 자신은 소외되는 최초의 분열이 일어나게 되고, 이때 타자적 이미지로서의 자아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상적인 자아와 실제 자신과의 간극으로 말미암아 근원적인 소외와 그로 인한 공격성이 발생한다.

우리는 분열된 존재이다. 자신이 인정할 수 없는 자기 모습을 마주했을 때, 이상적인 모습과 실제 모습의 간극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소외되고 분열된다. 다만, 거울단계의 조각난 몸의 이미지가 아기의 환상이었던 것처럼 자신을 괴롭히는 본인의 불편한 모습도 그저 환상일지 모른다. 이상적인 모습에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도, 본인을 불편하게 하는 일차적인 환상을 자신의 모습으로 인정하는 것도, 혹은 그 환상을 걷어내고 오롯이 고독을 경험해 내는 것도 본인의 선택이다.

나는 그 선택의 장소로 관람자를 데려오는 작업을 할 수 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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